흔들림

2021. 2. 25. 17:58 from 잡생각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발을 떨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눈이 간다.

저놈의 발을 또각 하고 분필마냥 두동강을 내어서 고드름 영창에 걸어두듯 칭칭 감아 엮어 고정시켜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내 오지랖 부리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그거 해서 뭐하냐 싶어 관두곤 한다. 마치, 직장인들의 "넵 알겠습니다." 같은 느낌으로 괜히 내 일 늘어나느니 목이나 막히고 고구마나 먹어야지 싶은 거다.

 

하지만, 그놈의 떨리는 발은 3/4 박자 2/4 박자 4/4 박자 쉴틈이 없다. 속으로는 온갖 갖가지 논문을 쓸 기세로 "선생님께서 떠시는 발은 최소 1초에 15번 이상은 떨어주셔야 칼로리 소모에 도움이 됩니다." 라고 읖조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또 하지만, 다시 "넵. 알겠습니다." 상태로 평온한 척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게 된다.

 

아 또 흔들리기 시작한다 흔들린다 무슨 요동치는 배도 아니고 저놈의 발은 사방팔방에서 갈매기 울듯이 울산바위 마냥 흔들어 재껴댄다. 이쯤 되면 아이폰12냐 아이폰12+ 냐를 고민하는 사람이나 다를바 없다고 느껴진다 아니 차라리 갤럭시를 살까 라고 고민하다가 다시 아이폰SE2 부터 결국 아이폰12+ 까지 한바퀴 돌고 오겠지.

 

아아 제발 발 좀 그만 떨어줬으면 좋겠다. 차라리 버스에 전철에 매달려 있는 손잡이의 흔들림이 나을 것만 같다. 데롱데롱 매달려서 나를 잡아줘 하고 소리치는 듯한 그 손잡이가 혼자만의 박자를 맞춰가며 흔들리는 발보다는 나아보인다.

 

차라리 평온을 찾기 위하여 게임을 하는게 낫겠다 싶어 게임을 켜보지만 이내 번쩍이는 이펙트 사이로 요들송의 음계마냥 눈을 찔러대는 그 발의 움직임이 멈추질 않는다 차라리 리듬게임이었으면 그 박자에 맞춰서 최고 난이도 노래를 퍼펙트 하게 클리어 했을거다.

 

하지만, 그 음계는 멈출 기세가 없이 종착역 까지 달리고 있었다. 아 아는 사람이었다면 멱살을 잡던가 허벅지에 손을 살포시 얹어서 닭살을 돋게 해서 어떻게든 멈추게 했을테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실례를 한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는 범죄에 눈을 뜰 수 있는 존재이니 사회와 격리가 필요합니다 하고 선언하는게 아닌가? 아아 그럴 수만은 없다.

 

미친듯한 이상한 생각을 하다보니 옆 사람이 일어났다. 이렇게 나 혼자만의 시끄러운 마음의 오페라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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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괭 :